9월 22일 뭄바이의 둘째 날이 밝았다.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우산이 없어서 잠깐 비가 그쳤을 때를 틈타 밖으로 나와서 기차역으로 걸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1911년 영국 국왕 조지 5세가 인도를 방문한 기념으로 세워진 기념문이라고 한다. 기차를 타고 우버를 갈아타고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로 향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도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하고 있었다. 인도의 9월은 우기가 끝나가는 무렵이라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들도 적게 오는 시기고 비행기 값도 저렴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인도의 입구라는 뜻에 걸맞게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는 바닷가 쪽에 있었고 보트를 타고 건너편에서 관광을 하는 게 볼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비를 많이 맞아 온몸과 신발이 다 젖었다. 다른 여행지를 가려던 계획을 바꿔 우산을 사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인도 사람들이 왠 한국 사람이 비를 쫄딱 맞고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 보여서인지 버스를 타려고 가는 와중에도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에 말을 걸어줬던 한 인도인은 자신이 한국에 한 달 동안 출장을 갔었다고 했다.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짜이를 한잔 사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인도는 축제 기간이라서 인도 지방에서 관광 온 사람도 많다고 했다. 사진을 찍자고 했던 사람들은 주로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고 피부가 흰 동양인을 볼 기회가 잘 없어서 추억 삼아 그리고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어간다고 했다. 우리도 길거리의 외국인들을 보면 신기하게 보는데 인도 사람들은 친화력으로 사진까지 찍는 걸로 이해를 했다.
원래는 근처에서 우산을 사고 일찍 호스텔로 들어가려 했는 데 이 친구 덕분에 로컬 시장에서 우산을 사기로 했다. 로컬 시장으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었다. 발이 멀쩡하면 가까운 거리였겠지만 물집이 잡히고 물이 찬 신발 때문에 걷기 꽤 힘들었다. 지나가는 길에 혼자 가이드 북만 보고 걸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축제에 관해 알게 되었고 시장에서 저렴하게 우산도 살 수 있었다. 돌아가는 우버까지 안내해 준 이 친구에게 너무 고마워서 계속 인사를 했더니 이것도 자신의 카르마, 업보를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에서 받은 친절을 이렇게 갚는 거라고 너도 여행을 하거나 한국에 돌아가서도 여행객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게 자신의 친절을 갚는 거라고 했다. 덕분에 편하게 우산도 사고 인도에 대한 편견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호스텔로 돌아온 후 잠깐 낮잠을 자서 체력을 회복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구글맵을 검색해서 식당을 찾았지만 결국 길을 못 찾았다. 우연히 지나가던 버스 정류장에서 많은 현지인들이 디저트 가게에서 사모사 빵을 사 먹고 있었다. 우연히 찾은 가게여서 기대를 하지 않고 사 먹었지만 인도에 있던 동안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신발은 젖어서 신지 못할 정도가 되어 녹초가 되었지만 우연히 만난 친구, 우연히 찾은 가게의 음식으로 행복을 만났다. 이렇게 여행의 묘미는 우연함이 아닐까?
'일상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년 인도 여행 - 뭄바이에서 바라나시로 (0) | 2024.02.18 |
---|---|
23년 인도 여행 - 본격적인 뭄바이에서 첫날 (2) | 2024.02.14 |
23년 인도 여행 - 뭄바이에서 여행을 시작하다. (0) | 2024.02.13 |
23년 인도 여행 - 베트남 하노이 레이오버 (2) | 2024.02.05 |
23년 인도 여행 - 한국에서 하노이로 (4) | 2024.0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