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오전 11시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2019년 가족끼리 패키지여행을 온 이후로 4년 만의 베트남이다. 하노이에서 목표는 두 가지였다. 시계줄 고치기와 점심 식사하기.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의 ATM에서 70만 동을 인출했다. 한국 돈으로 3만 5천 원 정도 되는 돈이다. 왕복 교통비와 점심값, 시장에서 시계줄을 구입하려 많지도 적지도 않은 금액을 출금했다.
공항 앞에서 대기 중이던 86번 버스를 탔다. 베트남 버스는 교통비를 결제하는 통이나 카드 리더기가 없이 출발 후 기사님이 직접 수금하는 구조이다. 45000동을 내고 1시간을 타고 Old Quarter로 향했다. 근처에 볼거리나 먹을거리가 많고 구시가지라는 이름이 시계 상점도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도착한 베트남 거리는 예전 기억보다 습하고 더웠다.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 구글 맵을 켜서 여러 시계 상점을 돌아다녔지만 시계 스트랩을 파는 곳은 없었고 덕분에 베트남 거리만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시계줄을 포기했을 무렵 올드 타운 중간의 호안끼엠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의 호수 주변은 현지인들이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하고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태양이 한참 하늘에 떠있을 때, 배가 고프기보다는 끼니를 때우고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주변에 사람이 많은 가게로 향했다. 간판 이름은 분보남보, 언젠가 티비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들어본 음식이었다. 공항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따뜻한 쌀국수로 든든한 끼니를 때우려 했다. 태양은 은 뜨끈한 한 끼에 대한 생각을 태웠고 쌀국수만이 남았다. 분보남보는 영문 설명 Beef Noodle Salad에 걸맞은 음식이었다. 쌀국수에 많은 채소와 소고기가 얹어진 새콤달콤한 음식에 콜라 한잔은 여행기간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주변에 혼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단체로 온 한국인들이 옆에 있어서 눈치를 본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든든한 한 끼를 먹고 베트남에 왔으면 꼭 먹어야 한다는 콩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늘에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41000동짜리 커피, 우리나라 편의점 커피와 같은 가격으로 진하고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여행에 여유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낭만 있는 여행자라면 거리의 반상을 선택했어야 했지만 내리쬐는 태양 앞에 낭만은 없었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를 선택했다.
냉기를 충전하고 근처에 있던 성요셉 성당으로 향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하노이 점령을 기념해서 지은 성당이다. 모양이 어디서 많이 본 듯했는데 역시나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영감을 받아서 지었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며 규모와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느꼈던 것이 생각나서 뜻깊었다.
결국 시계줄은 구입하지 못했고 땀을 너무 흘려서 티셔츠에 소금자국이 있는 상태로 공항으로 향했다. 출발 시간보다 무려 5시간을 일찍 도착했다. 충전기가 있는 바닥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지만 출발 2시간 전까지 check-in 카운터에서 수속을 밟으라는 말이 없어서 직접 직원에게 물었다. 지금 수속을 밟으라고 말했는데 줄이 너무 밀려있어서 출발 30분 전에 겨우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묻지 않고 기다리기만 했으면 비행기를 놓쳤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돈을 더 주고 다른 항공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밤 11시 비행기는 하노이 공항을 출발해 뭄바이 공항으로 향했다. 하노이에서 너무 많은 땀을 흘렸고 그 비싸다는 비행기 생수를 사 먹었다.
결국 환전한 3만 5천원에서 만원가량만 사용했다. 현실 감각은 아직 한국에 있나보다.
'일상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년 인도 여행 - 뭄바이에서 둘째 날 (0) | 2024.02.18 |
---|---|
23년 인도 여행 - 본격적인 뭄바이에서 첫날 (2) | 2024.02.14 |
23년 인도 여행 - 뭄바이에서 여행을 시작하다. (0) | 2024.02.13 |
23년 인도 여행 - 한국에서 하노이로 (4) | 2024.02.04 |
23년 인도 여행 - 프롤로그 (0) | 2024.02.04 |
댓글